이태리판 크리스마스, Il Natale 일 나탈레.

25일 날 저녁에 요로코롬 함박눈이 쏟아져서 눈 좋아하는 나를 정신 없게 만들어 버렸다.
집 베란다에서 길가 쪽으로 사진 찍은 거다.

요것은 pandoro 빤도로, 라고 크리스마스떄 먹는 크고 단 빵이다.

원래 이렇게 생겼는데 위에다가 상자에 들어있던
눈 같이 생긴 설탕가루를 뿌리고 사람수대로 잘라서 먹으면 된다.


(참, 여기서 한가지, 이태리에선 케이크나 이런 큰 빵 종류를 자를 때
십자형태로 절대 자르지 않고 일단은 반절로 자른 다음에
그 반절 하나씩을 조각으로 내던가 아니면 사과를 깎을 때 처럼 돌아가면서 조각을 낸다.
십자 형태로 자르면 기독교의 십자가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못 자르게 한다.)

소스를 뿌려서 spumante 스푸만떼랑 같이 먹고 마신다.
소스에도 알콜이 첨가돼 있으니 술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냥 맨 빵만 먹어도 달짝지근하고 맛나다. (물론, 단 것 싫어하시는 분들은 예외지만)

요것이 양고기.
먹으면서 올해도 불쌍한 수만 마리의 양들이 작살났겠다 싶어 낄낄거리면서 농담했다.

요것이 tortellini 또르뗄리니.

국물은 암탉요리를 하면서 우려낸 국물을 써먹는다.
그리고, 치즈가루를 설설설~뿌려서 한 입 왕~ 먹으면 살살 녹는 또르뗄리니와 그 안에 들어있는
고기 그리고 양념의 맛, 닭 국물로 우려낸 향이 한대 어울려 따스한 스프의 느낌을 전해준다.


사진이 초점이 별로 안 맞았다.

식사 중간중간에 사진을 너무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않고 식사를 즐기는 게 아니라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어져 버리는 게 아닐까, 라는 쪽으로 더 생각하는 이태리 애들의 성향떄문에
그리고, 후래쉬를 터뜨리면 식사하는데 또 방해가 되므로 그냥 찍었는데 광량부족으로 카메라가
시간 끌다가 흔들렸다. 이해 바란다.

아무튼, 왼쪽에 있는 건 박하를 첨가한 치즈고 오른쪽에 벌써 반절정도 없어진 건
장미를 이용한 치즈.

한 입 싹 베어 물면 향긋한 장미향이~ 가 아니라......

일단은 치즈의 역한 꾸룽내가 난다.

그런데, 그 고린내에 덜 신경 쓸려고 노력하면서 와인을 한 모금 머금으면
와인 향과 그 고린내가 묘하게 어울려서 괜찮은 맛이 된다.

물론, 처음 드시는 치즈 향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힘들 수도 있는 요리종류다.



밥 먹는 식탁 요렇게 생겼다.

먹는 빵도 조그만 접시에 짜진 천을 이용해서 올려놓고 냅킨도 종이가 아닌
수가 놔진 천을 이용한다.

접시도 하나의 음식을 먹을떄 딱 한 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는다면 그 밑에 두 세 개의 접시를 받쳐놓는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격식과 또 효율적인 이유가 아닐까 한다.

아무튼, 은수저도 간만에 꺼내놓고 예쁜 그릇에 맛난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이정도의 식탁은 그냥 중간정도의 꾸밈이다. (normal한 정도.)
그리 화려하지도 않지만 뭐 또 그렇다고 아예 꾸미지 않은 것도 아닌 정도.


파테와 라르도와 살라메.
(삼각형 형태로 봤을 때 젤 왼쪽에 있는 고무떡같은게 파테,
그 위에 흰색의 기름이 라르도, 그 오른쪽 밑에 쏘세지같은게 살라메.)
라르도는 대리석을 이용한 상자에 담아서 동굴 안에서 숙성시킨 것.


2004/12/27


Natale 나탈레(크리스마스) 는 이태리에서
가장 큰 명절 중에 하나고 가족이 모두 모이는 소중한 자리다.

세계 어느 나라나 대도시에선 요즘 같은 세상에 가족끼리 모두 모여서
파티를 한다는 건 시간적으로도 여유적으로도 쉽게 가질 수 없는 일 중에 하나지만
나탈레 만큼은 온 가족이 모여서 밥과 술을 마시고 단과자를 즐기고
이야기 꽃을 피우고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정들을 쏟아내기도 하면서
마음으로 준비?선물을 서로에게 전달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중요한 연휴 중에 하나다.

아무튼, 어제 오늘 아는 이태리분 댁에 초대를 받아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다.

25일 점심부터 오늘 오후 5시까지 적지않은 양의 음식과 Vino 비노(와인) 와
spumante 스푸만떼(이태리 판 발포성 와인) 커피, Dolce 돌체(과자), 과일 등을
끊임없이 먹고 마시며 이틀동안 보냈는데 아마도 최소한 3-4킬로는 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한 점심+저녁식사를 했다.

Firenze 피렌체, 와 북부에 사는 자식들과 그 손주들까지 같이 모여서
밥을 먹었는데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salame 살라메(이태리 소시지)와
Pâté 파테(셀러리+당근+양파+돼지고기 햄과 다양한 종류의 요리용 야채 등을
코냑과 함께 만든 요리) 도 먹고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이 Lardo 라르도
(돼지고기 기름이 있는 부분을 숙성 시킨 것) 도 맛을 보고,

지금 보는 것은 피렌체에서 직접 가져온 건데 대리석으로 만든 사각형의 상자에다
이 라르도, 를 담아서 서늘한 동굴에다 갖다 놓고 자연적으로 숙성 시킨 요리다.
(우리나라에서도 굴 종류를 어느 지방에선 이렇게 숙성 시킨단다.)

장미와, 박하를 이용해서 숙성 시킨 치즈종류도 맛보고
프랑스에서 가져왔다는 푸아그라(Foiegras : 거위 간 요리) 도 먹어보고
푸아그라 피오렌티나(Foiegras fiorentina: 피렌체식 푸아그라) 도 음미해보고
파스타의 한 종류인 Tortellini 또르뗄리니, 를 Brodo 브로도(고기스프)국물을
이용해서 맛보기도 한다.

일단은 이렇게 국물을 이용한 Primo piatto 쁘리모 삐앗또(첫 접시, 메인 디쉬 전에 먹는 것)를
먹고 나서 본격적으로 고기 요리를 먹는데 따로 요리한 양고기와 아까 국물을 내기 위해
만든 Gallina 갈리나(암 닭) 도 접시에 담아 내온다.

가족마다 다르고 취향마다 다양하지만 브로도를 만들기 위해 암 닭을 소고기에
양파, 당근, 셀러리 등의 맘에 내키는 채소를 같이 큰 냄비에다 넣고 끓이기도 한다. (푹 고와서)

보이는 양고기의 경우는 옆에 치즈+우유+감자 등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이기도 해서
먹는데 처음 먹는 사람이나 고기의 그 약간 역한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은
좀 먹기가 거시기한 종류다.

아마도 요리 방식에 따라 그 향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예전에 아랍 애들이 운영하는 정육점에서 양고기를 사다가
(아랍애들중에 좀 종교적으로 심하게 따지는 애들은
일반 아랍 애들이 운영하는 정육점 중에서도 소를 도살할 때

정수리에 총을 쏴서 죽인 것 말고 자기네들 방식으로 기도의식을
거치고 머리를 딴 소고기나 양고기만을 사먹는다.

잠깐 여기서, 너무 종교적으로 따지는 것에 대해서 한마디~
예전에 알던 대학에서 공부하던 팔레스타인 애가 있었는데
종교적으로 엄청나게 파묻혀 있는 약간의 광신도 적인
성격을 띠고 있던 애였다.

한번은 우연히 개네들 코란을 소개해 주길래
손으로 받아 쥐려니 두 눈을 튀어나오게 뜨더니
손을 씻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결해서 허락을 할 수 없으니
당장 가서 손을 씻고 오기 전에는 보여 줄 수가 없단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애가 자기 집에 들어오는
하숙생들에게 방 값을 속여서 챙겨먹곤 했었다.
아마, 알라는 이 친구만은 특별대우를 해주나 보다.
아무튼, 요 애긴 담에 하기로 하고......)

그냥 프라이팬에 양파와 볶아서 와인하고 먹었는데 비린내도 없었고
맛도 쫄깃한 게 먹을 만 했는데 이태리 애들 집에 가서 요리한 양고기는
이번에도 한 입, 냠~하고 씹는 순간 역한 구린내+텁텁+왕창 기름 등이
어우러져 어, 이거 쫌 비린내 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기름기 많은 고기요리, 갈비 같은 걸 무척 좋아하지만
비린내까지는 좋아하지 않는 터라 옆에 있던 와인 잔에 채워진
적포도주의 향과 맛으로 비린내를 살짝 덮어가며 고기 맛을 음미했다.

나야 종종 먹어본 양고기라, 비린내가 나도 와인과 함께 먹다 보면
또 그렇게 싫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 먹는 분들은 아마도
좀 역겹다, 라는 느낌이 들만한 농도의 향과 맛이었다.

아무튼, 난 이렇게 생각한다.

타국에서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보고 그 요리에 담긴 제대로 된 맛을
느끼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처음부터 좋아하는 분들도 당근 있을 테지만)

물론, 한국에서부터 타국요리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고
많이 접해 본 사람이야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시간을 투자하며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특히, 한국에서 먹는 ‘한국화 된 외국음식’ 이 아니라
정말 그 나라에서 직접 먹어보는 산지요리는 때로는
적지 않은 황당함을 불러오기도 한다.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문화 속에서
직접적으로 부딪히며 사는 경우엔 생각외로 다양한 디테일들이
살아 올라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 경우엔 이 이태리 판 salame 살라메를 처음엔 정말 못 먹었었다.
(토마토 소스를 이용한 스파게티나 한국사람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야
잘도 먹어대지만 오랜 숙성기간을 거친 치즈라든지 살라메 종류는
또 그게 이야기가 다르다.)

물론, 입에 맞는 살라메도 있었지만, 일단은 그 곰팡이가 펴있는
살라메에서 퍼져 나오는 역한 고기 구린내와 따로 요리를 하지 않고

그냥 저 기온의 살라메를 위한 창고에다 매달아 말렸다는 숙성방식에서
전해져 오는 이미지가 그 고기의 누릿함과 함께 느껴져 적지않게 고생을 했었다.

한번은 그래도 요놈의 것, 이태리에 왔으니 한번 먹어보자, 하고
슈퍼에서 잘 모르는 살라메 종류를 사다가 집에 와서 식탁 위에
올려다 놓고 빵을 한 조각 잘라서 얹어 냠하고 한입 베어 물었는데

그 전해져 오는 날 고기의 느낌과 곰팡이 향, 그리고 고기비린내가
하나의 구린내로 만들어져, 억지로 삼키려는 내 의지를 식도에서부터 밀어올리며
저항해오는 두번쨰 구역질을 느껴봤었다.

그 영광의 첫번쨰는 요 gorgonzola 고르곤졸라, (푸른곰팡이가 푸스르르 하게 피어있는
상당히 독한 치즈 향의 이태리치즈-처음 맛본 고르곤 졸라가 불행하게도 그 레벨의
종류 중에서도 냄새가 지독한 것이었다.) 였지만 말이다.

물론, 지금에서야 독하다고 고기 비린내 난다는 웬만한 살라메도
와인의 씁쓰름한 맛과 함께 치즈를 섞어서 잘도 먹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역함과 지독한 악취에 입맛이 다 떨어질 정도였단 말이다.

악취, 라고 하니 이태리음식에 대해서 무조건 좋아하는 분들이 서운해하실까 봐 한마디.

한국에서나 이태리 본고장이 아닌 곳에서 맛본 음식들 중에는
적지 않은 것들이 아무리 이태리에서 직접 가져왔다고 해도 그 곳 사람들과
지방특색에 맞춰서 약간의 교정을 갖는 법이다.

(사르데냐의 어느 조그만 지방의 고유 치즈 중에는
그 안에 말 그대로 톡톡 튀는 살아있는 애벌레가 들어있는
종류도 있다. 그 산 애벌레와 치즈를 같이 먹는다.)

어쨌거나, 아무리 역겹고 이상하게 보이는 음식이라도
분명 이태리 애들이 이것을 먹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면에 담겨있는
요리에 대한 역사가 있을 거란 사실 때문에 직접 부딪히는 마찰감을
느껴가면서 나는 시도해 보고 또 튕겨 나오면서 이태리 요리를 배워왔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전채, 첫번째 접시, 본 요리를 2시간 정도에 걸쳐 먹고 나면
panettone 빠네또네, (크리스마스용의 반구형의 프레시 케이크 이라고
이한 사전에 나와있다.)나 pandoro 빤도로, (계란, 설탕, 버터, 효모와 밀가루 등을
섞어 만든 베로나의 과자, 라고 이것도 이한 사전에 나와있고 사진에 보는 것과 같다.)를
코냑을 첨가한 베이지 색 소스를 뿌려서 먹기도 하고 그냥 빵만 먹기도 하는 등
취향에 따라 선택을 해서 spumante 스푸만떼나 샴페인과 함께 입가심으로 먹는다.

그리고 나서 오렌지, 귤, 사과, 포도 등 요즘 나오는 과일들로
마무리를 하고 카페나 grappa 그랍빠, (브랜디종류)로 소화를 시킨다.
이래저래 먹고 마시다 보면 2-3시간은 그냥 지나가고 밥 먹고 배 뚜들기면서
카드놀이나 tombola 톰볼라, (빙 고, 수를 기입한 카드의 빈 칸을 메우는
일종의 복권식 놀이, 이한사전 발췌.)등을 해가면서 크리스마스의 오후를 보낸다.

사람에 따라서는 궐련을 즐기기도 하고 와인을 더 마시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이번 같은 Bianco Natale 비앙꼬 나탈레(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외국인 친구들과 가족들과 아주 정답고 즐겁고 재미나면서도 행복하게 보낸다,

























라고만 쓸 줄 알았지?

흐흐......그러나,

이러한 즐거움과 재미 속에서도 한국인 친구들을 초대한 이태리 아주머니의 아들이
(피렌체에서 왔다는) 외국인에 대한 ‘없는 듯한 이질감’을 보였고(이태리에서는 자주 그런다.
뭐랄까, 아무리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의 손님이라도 그 손님은 자신 부모의 손님일 뿐인 거다.

한국처럼 내 친구의 친구라면 당연히 내 친구도 된다, 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대해주거나
아버지의 친구라면 설령 나와 맞지 않는 인간스타일이라도 최소한 예의를 갖추고 행동도
싸가지 없게 하지 않으려고, 예의에 벗어나지 않으려 마음을 고쳐 세우?하기 싫은 일도
꾹 참아가며 하지만,

이태리 이곳에선

‘ ma, che cazzo me ne frega~! sta gente del cazzo...!!!’
‘ 마, 께 깟쪼 메 네 프레가~! 스타 젠떼 델 깟쪼...!!!’
(‘아.. 좆 까......이 존나 재수없는 인간들이 뭔 상관이야......썅......’) 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자신 부모의 손님이던 스승이던 간에 자신들의 사고와
무당벌레 눈꼽만큼만한 인생관으로 앞에 놓인 사람들을 판단한다는 거다.

물론, 여기에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먼저, 사는 곳이 유럽이라면 설령 그 사람이 아무리 평생 은혜를
갚아야 할 사람이라도 자기 맘에 맞지 않으면 굳이 억지로 그렇게
마음속으로 오만가지 인상을 써가면서 굳은 웃음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되지만,

그게 한국이라면 사정은 ‘조금은’ 달라진다는 말이 되겠다.
(물론, 유럽에서도 한국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쨌거나, 안타깝게도 나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고 스물 몇 해를 자라왔던 곳이니
아......그래, 뭐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라면서
그냥 저냥 넘어가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예의를 정말 넘어설 정도로 싸가지 없게 행동을 하지는 않았고
더군다나, 온 가족이 모여있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분위기를 난장판으로
만들 필요도 없었기에 그냥 다른 주제를 찾아서 이야기를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거다.

단지,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그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편으론 그 인간에 대해
가련함을 느꼈고 왜 그렇게 스스로 열등감을 보이지 못해 안달을 하는지,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에 투자를 하면 훨씬 더 효율적인 인생을 보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지만 뭐, 사람의 삶에서 그 다양성이란 게

이런 기회를 통해서 보여지므로 그럭저럭 다양한 인간사를 경험하고 산다는데
한 표를 던지면서 여러 겹의 이태리 애들을 겪어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얘기는 간단했다.

예를 들자면, 나와 같이 간 친구들 중에 클래식을(성악)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이란 사람이 Otello 오텔로, 를 공부하는 테너에게(tenore drammatico)
la cenerentola 라 체네렌똘라, (신데렐라 – tenore lirico leggero) 를 부를 줄 아냐고
거만한 눈초리와 싸가지 없음과 '나는 상당히 클래식한 인간이니 무시하지 말라' 라는
분위기로 무장하고서 질문을 던졌다는 거다. (아무도 무시하지 않았지만)

(간단히 말해서-사실 이렇게 간단히 설명되는 게 아니지만-
무거운 목소리를 가진 사람에게 가벼운 노래를 할줄아냐고 했던 거고)

그러니까, 메탈을 노래하는 보컬에게 발라드를 부르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오델로가 메탈은 아니고 발라드가 신데렐라 또한 아니지만, 말을 하자면 그렇다는 것,

성악에서는 특히나 그 목소리의 톤이나 색깔, 음색, 음역에 따라서 오페라를 부를 수 있는
종류가 나뉘어지는데 그걸 완전히 무시한 채로 만들어낸 질문을 했었단 거다.

그 자신의 목소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틀린 오페라를 공부하면
목소리 자체도 버리지만 나중에는 정말 물리적으로 목에 손상이 온다.)

그리고, 한국에서야 외국친구나 어떤 외국인이 허 벌 무시하는 짓거리를
한다고 하면, 하이고......그러셨어? 그러면서 즐~을 외치던지 븅신..삽질하고 있네..라며

콧방귀를 껴대면 그만이지만, 당신이 타국에서 혼자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상태에서
그 자국 내 인간들에게 여러 다양한 조건과 인정되지않는 이유로 무시를 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리 쉽지 많은 않은 갭이 있다.

가족, 친지, 친구들이 많은 자국에서 겪는 일하고
혼자서 타국에서 당하는 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는 거다.

어쨌건, 오페라에 대해서 기본적인 지식도 별로 없는데다
외국인에 대한 기묘한 열등감과 이질감+아주 엷은 적대감을 스스로가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혼자서 버무려서 상대방의 실력을
가늠해 보려고 혹은 당황케 만들려고 그런 식의 질문을 던진 거였다.

난 오페라에 대해선 거의 완벽을 달리는 문외한이고
아리아 라곤 라 보엠의 Rodolfo 가 불렀던 ‘che gelida manina’
(그대의 차가운 손) 이나, 쇼생크 탈출에서 나왔던
그 시간이 정지해 버리는 듯한 아리아-모차르트의 피가로의결혼 중에서-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나 필라델피아에서
톰 행크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를 통해서
즈려내던 안드레아 셰니에의 아리아, mamma morta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밖에는 모르지만 난 그 딴 식의 우습잖은(혹은, 껄떡거리는, 혹은 유치한,
혹은 가치 없는, 혹은, 가련한)질문 따위는 안 한다는 것이다.

정말 난 오페라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이 정도다.
하지만, 모르는 걸 아는 체 하지는 않는다.

거기다가, 나중에 할말이 없으니 자기 아들에게(15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cd를 정신없이 바꿔 틀어대면서 오페라의 제목이 뭐냐고

사람들 다 앉은 자리에서 물어보면서 조금이라도 스스로가(혹은 자신의 가족이)
클래식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이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을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대는 걸 보면서 안쓰럽다 못해 내가 쪽 팔리는 모양새였다.

하여튼, 옛말 하나 틀린 거 없다.

빈 깡통이 요란하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대갈통에 들어찬 것 없는 인간들은 그게 그리도 스트레스를 받는지
온 세상에 나 넋 빠진 인간이요~하고 나, 유치한 인생이요~광고를
못해 안절부절을 못한다는 거다.

이 아들이란 인간하고 전에 만난 일이 있거나
안 좋은 일이 있었거나 불편한 관계가 있었던 게 아니다.

크리스마스 때 저녁식사로 초대된 처음 보는 손님들에게
자기 어머니의 의도나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 스스로의 열등감과

외국인에 대한 기묘한 이질감을 있는 그대로 뱉어내고
예의, 라는 사회적인 배움을 통해서 중화시킬 수 있는 능력도 없고
그런 것에 관심도 없는 그 정도 레벨의 인간일 뿐이다.

세상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세상 누구나 하고 다 문제없이 잘 살수는 없는 문제지만
그런 것을 뒤로하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열등감과 비천한 인생살이를

감추기 위해 상대를 짓밟고 서야만 스스로의 인정되는 못하는
만족감에 취해 사는 인간들이 있는 법이다.

그것도 나를 크리스마스 저녁식사에 초대해준 이 이태리인을
자신의 어머니로 두고 있는 사람이 말이다.

차라리 몰라서 모른다고 하면 누가 잡아먹을 사람 한 명도 없다.

자신의 부끄러움속에 계속 숨다 보면 결국엔 더 이상 숨어 지낼 스스로의 시간이 없어지는 법이고
그 시간이 없어지는 때는 그 동안 숨어 지낸 자신의 껍질만 손에 쥐게 될 뿐이다.
(물론, 그 ‘부끄러움’ 이란 건 위에서 말한 종류고)

아무튼, 그것을 덮으려고 틀어진 사고로 말을 해댈수록,
행동을 작위적으로 만들어낼수록 스스로의 인생이 가련해지는 법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요번 나탈레는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보냈다.

더군다나, 25일 날 저녁엔 비로 시작하더니 조금 있어 눈발이 송이송이
내리는 걸 보고 강아지처럼 좋아서 사진기를 이리저리 돌려대며
셔터를 눌러댔다. (눈 내리면 너무 좋다!! 왈~~왈왈왈! ~!)

세상 어디나 좋은 모습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단면으로 보이기도 하고 입체적으로 삶을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요 ‘세상’ 이란 곳이 어떤 구조와 분위기를
띄고 산다는 걸 좀더 사고화 시켜서 보자면 그렇게 좆 같은 곳만도 아니다.

단지, 그런 모습 속에서 스스로가 걸어갈 길을 어떤 식으로 결정할지
그리고, 그런 결정 뒤에 어떻게 살아내는 지는 자신의 몫인 법인 것처럼
자신의 노력을 부단히 쏟아 부으면서 사는 게 스스로에게도 좋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는 삶의 선택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나야 Rock 음악을 더 좋아하고 즐기니 RATM(Rage aginst the machine)의
공연실황이나 채수영씨의 Blues, 감각에 맞는 Jazz 나 B.B. king 의 연주를 들으면서
2004년을 마무리 할란다.

자, 2005년 어서 와라.
by 채지 | 2006/04/29 03:15 | 유럽과 이태리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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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칸나 at 2006/04/30 12:06
보통 크리스마스는 가족이나 애인이나 캐빈....과 함께지내는데 이태리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하는군요. 저 같은 경우에도 부모님의 친구분이 가족이 모이는 크리스마스에 온다면 그리 달가운 것 같진 않습니다.

그래도 제 또래나 저보다 좀 어린 쪽이라면 대화가 가능할테니(부모님 뻘보다는..) 심심할 것 같진 않은데 그 아들이라는 작자가 성격이 비틀어졌나 봅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하는 행동을 보니 예의라고는 눈꼽 만치도 없군요.

그래도..재밌는 경험 하셨는데 참으로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채지 at 2006/05/01 07:32
이태리는 거의 대부분이 가족, 혹은 친지를 불러서
같이 지내죠. 그리고 정말 가깝다고 느끼는 정도에만
친구들을 부르거나 하구요.

아무튼, 그 아들 좀 성격이 틀어진 구석이
많이 있고 또 외국인에 대해서도 이그러지게 숨겨진
구석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지만 여실히 드러났었죠.

뭐 이런 거 저런 거 겪으면서 사는 게 외국에서의 삶이죠 :)
Commented by 칸나 at 2006/05/01 09:59
굉장히 친하셨나 봅니다 하하. 부럽습니다.

저도 외국 친구 한명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나마 있던 놈도 연락이 두절되어버려서 말입니다.
Commented by 쇳조각 at 2006/05/01 15:50
굉장히 긴 글이네요; 예전에 베네치아의 어느 식당에서 먹었던 토르텔리니는 정말 최악이었어요...... ㅠ_ㅠ 사진에 보이는 건 뭔가 맛있어 보입니다!
Commented by 채지 at 2006/05/02 01:55
칸나님, 뭘요 ^^;;

쇳조각님, 사실 이태리 음식이라고
다 맛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한국에서는 무척 고급스러움을 담아서
레스토랑에서 상품화시키고 또 저도 좋아하지만
간혹 너무 구역질 날 정도로 이상한 음식도 있어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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